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땅이 있으니, 하늘과 땅의 사이에 사람이 있고, 거기에 만물이 있으니, 해와 달과 별은 하늘이 매달고 있는 것이고, 강과 바다와 산은 땅이 싣고 있는 것이고, 부자 〈간의 친함,〉 군신 〈간의 의로움,〉 부부 〈간의 분별,〉 어른 아이 〈간의 차례,〉 벗 〈간의 신의〉는 사람의 큰 윤리이다.
맹자가 말하길 ‘그 글을 읽고 그 시를 외우면서도 그 〈글 쓴〉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이 옳은가?’ 하였다. 내가 어렸을 때에 다른 집의 초학자인 자제들을 보았더니 이 책을 먼저 배울 것으로 삼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다만 〈이 책이〉 어떤 사람의 손에서 나왔는지 몰랐었다가, 이제 상사 박정의 씨가 찾아와서 나에게 일러 말하길, ‘이 책은 나의 고조부 휘 세무(世茂)께서 엮은 것이다.’ 하니, 나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고 기뻐하며 말하길, ‘오늘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되었구나!’ 하였다.
천하의 선비가 좋아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이로써 근심을 풀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여색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요임금의 두 딸을 아내로 삼았으면서 이로써 근심을 풀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며, 부유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부유함이 천하를 소유하였으면서 이로써 근심을 풀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며, 귀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귀함이 천자가 되었으면서 이로써 근심을 풀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아함과 아름다운 여색과 부유함과 귀함에 근심을 풀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오직 부모에게 순하여야 이로써 근심을 풀 수 있었다.
양 땅의 혜왕이 말하였다. “진나라가 천하에서 그보다 강한 나라가 없는 것은 노인장이 아는 바입니다. 과인의 몸에 이르러, 동으로는 제나라에 패하여 맏아들이 거기에서 죽었고, 서로는 진나라에 칠백 리의 땅을 잃었고, 남으로는 초나라에 욕을 당하였으니, 과인이 이를 부끄러워하여 죽은 자들을 위하여 한번 그들에게 설욕하기를 바라니, 이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14
以天下之所順으로 攻親戚之所畔이라 故로 君子有不戰이언정 戰必勝矣니라<四書독해첩경, 孟子>
천하가 따르는 사람으로 친척이 배반하는 사람을 공격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싸우지 않는 경우가 있을 망정 싸우면 반드시 승리한다.”
양 땅의 혜왕이 말하였다. “진나라가 천하에서 그보다 강한 나라가 없는 것은 노인장이 아는 바입니다. 과인의 몸에 이르러, 동으로는 제나라에 패하여 맏아들이 거기에서 죽었고, 서로는 진나라에 칠백 리의 땅을 잃었고, 남으로는 초나라에 욕을 당하였으니, 과인이 이를 부끄러워하여 죽은 자들을 위하여 한번 그들에게 설욕하기를 바라니, 이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맹시사(孟施舍)가 용기를 기른 방법은 말하길 ‘〈나는〉 이기지 못할 자를 보되 이길 것 처럼 한다. 적을 헤아린 뒤에 나아가고 이길 것을 고려한 뒤에 싸운다면 이는 〈적의〉 삼군(三軍)을 두려워하는 자이다.’ 하였으니, 맹시사가 어찌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능히 두려움이 없었을 뿐이네.
18
以天下之所順으로 攻親戚之所畔이라 故로 君子有不戰이언정 戰必勝矣니라<孟子, 公孫丑下>
천하가 따르는 사람으로 친척이 배반하는 사람을 공격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싸우지 않는 경우가 있을 망정 싸우면 반드시 승리한다.”
〈맹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가 대오(隊伍)를 이탈한 것이 또한 많습니다. 흉년으로 굶주린 해에 그대의 백성 중에 늙고 쇠약한 자는 도랑이나 골짜기에 〈시체로〉 나뒹굴고 장성한 사람은 흩어져서 사방으로 간 자가 몇천 명입니까?” 〈공거심이〉 말하였다. “이것은 제(거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부터 또 거듭 전해져서 맹씨(맹자)를 얻어서는 〈맹자가〉 이 책(중용)을 미루어 밝혀서 지나간 성인의 도통을 계승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맹자)가 사망하게 되자, 마침내 그 전하는 사람을 잃게 되었으니, 우리 도(道)가 의지할 바는 언어·문자의 사이를 넘어서지 못하였으나, 〈도리어〉 이단의 학설은 날로 새로워지고 달로 성대해져서 노(老)·불(佛)의 무리가 생겨나는 데에 까지 이르러서는 더욱 도리에 가까워져서 〈우리 도의〉 참모습을 크게 어지럽혔다.